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어느 날 부모님께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 나는 어떻게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그러자 부모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많은 아이들 중에 너를 우리가 선택했단다. 너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야.” 그 대답은 단순히 한 번의 설명으로 끝나는 말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 수없이 되묻고 또 대답을 들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배우고, 어느 가정에 속해 있는지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아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며, 사랑받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입양된 자녀’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선택하시고, 부르시고, 자녀 삼아 주셨습니다. 로마서 8장은 이 놀라운 정체성을 깊이 있게 선포합니다. “무릇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곧 하나님의 아들(자녀)이라.” (8:14)

그런데 이 ‘하나님의 자녀됨’은 단지 특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바울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실을 덧붙입니다.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한 상속자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 (8:17)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는 반드시 고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공동 상속자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그 영광을 함께 누리기 위해 그분의 고난에도 동참해야 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도전이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여전히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리 안에서 살아가려 할 때, 세상은 우리를 향해 조롱하고 때로는 외면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예수님 따라 산다고?” 신앙으로 사는 삶이 마치 유치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처럼 비쳐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담대히 선포합니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8:18) 바울 자신이 수많은 핍박과 박해, 고난 속에서도 이 진리를 붙잡고 있었기에 고백할 수 있었던 말입니다. 그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너질 지경까지 몰렸지만, 그 고난의 깊이보다 훨씬 더 큰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루이스의 세계관이 떠오릅니다. 그는 이 땅을 “그림자의 땅”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세상은 불완전하고, 어두움과 타락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땅은 다가올 하나님의 새 창조를 향해 나아가는 중간 여정입니다. 하나님은 이 땅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회복시키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회복 사역에 우리를 동참시키십니다. 우리는 단지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세상의 회복과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일에 부르심을 받은 자녀들입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삼위일체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구원의 계획을 세우셨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 계획을 십자가에서 성취하셨으며, 성령님은 지금도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가 자녀임을 확증해 주십니다. “성령이 친히 우리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시나니.” (8:16)

이 확신은 세상이 주는 어떤 위로보다 강력합니다. 우리는 고아처럼 버려진 존재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셨고, 우리를 아시며, 우리를 ‘자녀’라 부르십니다. 사순절을 지나는 이 시기,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고난을 통해 얻어진 구원의 영광을 바라봅니다. 예수님의 고난이 없었다면, 우리의 입양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피로 값 주고 사신 자녀들입니다. 이 사실을 기억할 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고난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믿게 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것이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이 음성을 마음 깊이 새기며, 오늘도 자녀로서의 삶을 살아갑시다.
때로 고난이 있더라도, 그 길 끝에 예비된 영광을 바라보며 나아갑시다.
그리고 하나님의 회복 사역에 기꺼이 동참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