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왕은 한때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선하게 사용하지 않았고, 밧세바를 범하며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게 만드는 무서운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나단을 통해 그의 죄를 깨닫게 하셨고, 다윗은 더 이상 자신의 죄를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눈물로 회개하며 간절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51:1)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죄를 해결할 수 없음을 철저히 인정하며, 오직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붙잡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단순한 후회나 감정적인 슬픔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기도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 앞에 낱낱이 고백하며 진정한 회개를 드렸습니다.

죄를 인정하는 데서 회개는 시작됩니다. 다윗은 자신의 죄가 항상 자기 앞에 있음을 깨닫고, 결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인정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사순절을 보내며 자신의 죄를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죄를 가볍게 여기거나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죄를 감춘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영혼을 더욱 무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단순히 용서를 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영혼이 완전히 새롭게 변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나를 우슬초로 정결하게 하소서. 내가 정하리이다. 나를 씻기소서. 내가 눈보다 더 희게 되리이다." (51:7) 그는 죄의 흔적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로 다시 정결하고 온전한 존재로 변화되기를 바랐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덮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51:10)

그는 죄를 반복해서 씻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죄를 짓지 않는 새로운 존재로 변화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죄를 회개하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경험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맡기고, 성령께서 역사하시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다윗은 또한 하나님께서 단순한 제사나 형식적인 종교 행위에 만족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해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 (51:17) 그는 이제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기뻐하시는 것이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그 의식을 드리는 자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교회에 출석하고, 금식을 하고, 헌금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며, 우리의 신앙 행위가 형식적이지 않고 진정한 사랑과 회개에서 비롯된 것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순절은 단순한 의무감에서 비롯된 기간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영혼을 깊이 돌아보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거룩한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신앙 생활 속에서 때때로 마음이 무뎌지고 형식적인 신앙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순절은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고, 하나님 앞에서 다시금 온전히 서기 위한 기회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다윗의 기도와 같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의 마음이 진정으로 새롭게 변화되고, 죄에서 떠나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은혜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