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라는 가수가 부른 ‘장가가는 날’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습니다. 그 가사 내용이 이렇습니다. “깍지 않은 터벅머리 길게 자라 날리우던 그 친구 녀석 장가간다 신이났네. 올해를 넘기면은 노총각 신세라고 시끄럽던 그 꺼벙이가 제일 먼저 장가가네. 쾌지나 칭칭 쾌지나 칭칭나네 얼싸좋네. 쾌지자 칭칭 쾌지나 칭칭나네 얼싸좋네. 내가 꺼벙이 장가 간다네…. 하늘 님도 축복하사 화창한 날이로구나 우리 착한 꺼벙이 할렐루야…. 이래저래 뜻깊은 오늘 만인들의 축복 속에 제수씨는 기뻐서 울고 꺼벙이는 행복에 웃고 아 좋아 좋아 참 좋아…” 친구가 창가가는 날을 축복해 주는 노래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의 영어 부서이며 우리의 자녀인 RCC가 장가가는 날입니다. 영어부서가 생긴 것은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자리를 잡은지는 약 30여년 가까이 됩니다. 18년 전 제가 처음 교회에 부임을 했을 때는 예배 인원이 40-50명 정도 모였고 대부분의 사역과 활동이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유초등부와 중고등부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그 졸업생들이 매년 10여명 이상씩 RCC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교회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타주로 가지 않고 덴버 지역에서 대학을 들어가면 거의 모든 학생이 우리 교회 영어부서인 RCC로 편입이 됩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당연히 영어부로 들어가는 줄 알지만 많은 교회들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자녀들이 다른 교회로 가거나 아예 교회를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KM과 EM의 관계가 돈독하고 서로 늘 협조하면서 지내는 교회에서는 낙오자 없이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더구나 RCC 담임목사인 앤드류 목사와 저는 16년째 사역을 같이 해오고 있습니다. 서로 신뢰가 쌓이면 무슨 일이든 불편하게 처리하지 않습니다. 저는 RCC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무엇인든 긍정적으로 들어주고 협조를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영어부와 관계뿐만 아니라 사역 협력에서도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RCC는 계속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는 팬더믹을 거치면서 재택 근무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덴버는 로망의 도시입니다.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덴버로 이주를 많이 해왔습니다. 그 젊은이들 중에 상당수가 우리 교회 RCC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RCC는 120명까지도 출석하는 경우가 잦았고 평균 100명 넘게 예배를 드리는 견실한 교회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2년 전부터 RCC의 독립에 대한 의논이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성년으로 성장한 RCC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사역을 결정하는 단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심도 있는 의논 끝에 RCC 독립의 단계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내년 2025년부터는 재정독립을 먼저 합니다. 지금까지는 저희 KM 안에서 예산과 결산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1월 1일부터는 RCC는 자체 수입과 자체 결산을 하게 됩니다. 1년 후인 2026년부터는 교회의 모든 체계를 독립적으로 세우는 완전한 독립이 이루어집니다. 교회 헌법이 바뀝니다. 더이상 KM의 헌법을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든 헌법에 따라 교회를 운영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RCC를 장가 보내는 것입니다. 장가를 가서 가정을 새로 꾸리면 예산도 따로 세우고 지출도 독립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물론 일반 가정의 결혼 처럼 별도의 집을 구해서 따로 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KM과 RCC는 모든 면에서 협조가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서 역시 서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참 감사한 것은 RCC가 더 성장해서 나중에는 KM 부모들을 돕겠다고 합니다. 그 말만 들어도 참 흐믓했습니다.
RCC를 장가보내면서 결혼 자금을 요청해 왔습니다. 요청한 금액이 우리 교회가 가지고 있는 현금의 1/3인 $711,977.36불 이었습니다. 목협회에서는 RCC가 요청한 그대로 주기로 했습니다. 모든 교인들이 오늘 공동의회에서 기쁜 마음으로 결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대신 RCC에서는 교육부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교회 관리비의 50%를 매달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RCC의 재정독립이 큰 축복과 은혜 속에서 자녀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