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기간 동안 한국에서 3주 반을 지냈습니다. 주일이 세 번이었는데 첫 주일은 장모님 장례를 치러주었던 시골 교회에배에 참석했습니다. 의자 줄이 5-6개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교회입니다. 예배 참석 인원도 10여명 정도였습니다. 예배 5분 전에 도착해서 뒷 자리에 앉았습니다. 찬양을 인도하시던 목사님이 저를 보더니 곧바로 저에게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설교를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사이 찬양이 중단되고 모두들 목사님과 저를 쳐다보고 있어서 거절하지 못하고 강대상에 올라 그 날 설교를 했습니다.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부터 목사는 세 가지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한다는 권면을 여러 차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설교 준비’, ’이사 준비’, ’죽을 준비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첫 주일에 겪은 그 상황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두 번째 주일은 제가 어린 시절 신앙 생활을 했던 저의 최초 모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를 여주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여주 성결교회를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주에 개신 교회가 두 개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감리교회였습니다. 지금은 많은 교회들이 있지만 여전히 이 두 교회가 여주에서는 규모나 영향력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교회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부터 안내를 보던 전도사님이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왔습니다. 55년 만에 모교회를 방문했다고 하니까 아주 반가워하면서 나중에 목사님과 꼭 만나고 가라는 인사를 했습니다. 주변 환경이나 본당 건물은 전혀 새로워진 현대식 건물이 되었습니다. 그 옛날 마루바닥에서 신발을 벗고 예배를 드리던 때를 기억하면서 감격스런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후에 그 전도사님은 다른 교회 어른들에게 저를 소개시켰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저나 저의 부모님을 기억하는 분들은 없었습니다.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있는 자리에 가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은 그 교회에 부임한 지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는 분입니다. 교회의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분입니다. 단지 덴버에서 목회를 했던 어느 목사님과 아주 절친이라고 합니다. 제가 너무 잘아는 목사님이고 타주로 이사를 간 후에는 볼더 대학에 다니는 그 분의 아들이 저희 교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반갑게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장로님과 대화 중에는 제가 너무 잘아는 형들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그 형들은 몇 년전까지 교회에 나오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는 말에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55년 만에 아는 형들을 만날 수 있는 너무도 좋은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목사님, 장로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전면 벽에 붙어있는 교회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제목이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라고 붙어있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진 속에 혹시 저희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저의 모교회는 1932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일제시대 식민시절에 백성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기 위해서 세워진 무려 92년이 된 교회입니다. 일제시대였던 1930년대나 1940년대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 1965년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저는 환호성을 지를뻔 했습니다. 아주 젊은 총각같은 분이 중앙에 서 있는 것입니다. 30대 어간의 지난 2월 작고하신 저의 아버님이셨습니다. 당시 주일학교 부장으로 교회 일에 아주 충성하시던 시절입니다. 저는 과거 사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을 떠난지 30년이 지났지만 어머님,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그 보든 믈건들이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사진을 보고는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주변 분들에게 저 분이 바로 저의 아버님이라고 소개를 했습니다. 물론 아버님을 아시는 분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55년 만에 방문한 모교회에서 아버님의 사진을 보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진은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그 사진을 보며 아버님을 생각하고 지난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가 창립 56주년입니다. 우리교회도 이런 추억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복되고 아름다운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