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의 간절한 기도 속에 3개월 반의 안식년을 다녀왔습니다. 이름도 낯설기만 한 쇼그렌증후군으로 인해 당황도 되고 실망도 컸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질병이?”라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건강 관리를 열심히 했습니다. 운동도 꾸준히 했고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너무도 불현듯, 한밤중에 도둑이 찾아오듯이 낯선 손님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관리를 잘못한 것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이미 스트레스로 인해 여러 증상이 나타났었습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였습니다. 지난 연초부터는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엑스레이상으로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때 이희목 집사님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목사님, 요즈음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스트레스가 많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이가 이유도 없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3개월 간격으로 두 번이나 그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목사가 무슨 스트레스를 받는가?”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습니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안식년 동안 제일 먼저 한 것은 알람을 껐습니다. 그리고 몸의 리듬에 저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 질병 앞에서 실망이 컸던 이유는 고칠 방법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모든 의사들이 한결같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쇼그렌증후군을 고칠 약은 없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관련 기사들도 검색해 보았습니다. 모두 같은 말이었습니다.
7월은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최대한 편안한 마음과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8월에는 아들이 있는 LA로 갔습니다. 팔체질 침을 일주일에 세 번씩 맞았습니다. 체질 음식대로 식생활을 해나갔습니다. LA는 요즈음 습도가 많아져서 땀이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땀과 침이 연결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침이 조금 더 나기 시작했습니다. 9월에는 한국에 나갔습니다. 병원을 세 군데를 다니면서 정확한 진단을 했습니다. 결과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쇼그렌증후군으로 분명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친구 목사님을 통해서 좋은 류마티스 내과 의사를 알게 되었고, 그분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얼마나 더웠는지 모릅니다. 하루종일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생활은 불편하고 활동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입안에서는 침이 좀 더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늘 목이 말라 물을 찾기는 했지만,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장인, 장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늘 돌보아주시던 집사람 친척분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부부가 80 어간인 분들입니다. 식사하면서 여자분에게 건강은 어떠신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 분이 혀를 쑥 내밀었습니다. 혀가 바짝 말라 보였습니다. 저와 같은 쇼그렌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입니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 그분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려 15년 동안 그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조치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병원도 류마티스 내과가 아니라 이비인후과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처방받은 약을 보았습니다. 침을 나게 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어떤 약도 없었습니다. 저는 다음 날 다시 그분을 찾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사용하던 증상 완화제를 한 병 건네주었습니다. 밤마다 잘 때 입 안쪽에 붙이고 자는 보조제입니다. 한국에 가서도 필요할 때 쓰려고 가지고 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분에게 병째 건네드렸습니다. 사실 그 분의 따님이 간호사인데도 어머니의 병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이 분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이제는 살만합니다” 이 말을 하면서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물론 그 병을 고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약품을 찾았다는 생각에 그분은 너무 좋아하고 기뻐했습니다. 제가 아픔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아픈 사람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안식년 동안에 받은 축복이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아픔을 알고 계신 분입니다. 아실 뿐만 아니라 치유해 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의 모든 아픔과 질병을 주님께 가지고 나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