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3차 선교 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에 도착해,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들과 만났습니다. 한편에는 이방인들을 위한 사역을 감당한 바울과 그의 동료들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유대인들을 위한 사역을 담당한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 목사와 예루살렘 교회의 장로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만남은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바울과 그의 일행은 이방인들 가운데서 일어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들을 보고했고, 야고보와 장로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들을 환영했습니다. 더구나, 예루살렘 교회가 흉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방 교회가 그들을 돕기 위해 구제 헌금을 모아온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누가복음의 저자 누가는 이 긴장을 숨김없이 묘사합니다. 예루살렘 교회 내에서는 바울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돌고 있었습니다. 그 소문들은 바울이 이방에 흩어진 유대인들에게 모세를 배반하고 할례를 행하지 말며, 전통을 지키지 말라고 가르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문들은 모두 오해였고, 사실이 왜곡된 정보들이었습니다. 바울은 모세를 배반하지 않았고, 전통을 지키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으며, 할례에 대해서도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고 설명했을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소문들이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던 바울은, 예루살렘 방문 중 직면할 ‘결박과 죽음’의 위협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오해와 왜곡, 악의적인 소문들을 어떻게 극복하려 했을까요?
첫째, 바울의 대비책은 기도였습니다. 바울은 예루살렘 방문을 오래전부터 기도로 준비해 왔습니다. 고린도에 머무를 때, 로마 교회에 쓴 편지에서 예루살렘 방문을 앞두고 기도 요청을 했습니다.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랑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기도에 나와 힘을 같이하여 나를 위하여 하나님께 빌어 나도 유대에서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들로부터 건짐을 받게 하고…” (로마서 15:30-31)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협을 예측하며,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중보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신은 얼마나 더 열심히 기도했겠습니까? 바울은 이 일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가 절실히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기도는 어떤 일에도 앞서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믿음이 깊은 사람들은 항상 기도로 준비합니다.
둘째는 나눔의 실천입니다. 예루살렘 방문을 위해 기도로 준비한 바울은 또 다른 준비를 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해 연보를 모아온 것입니다. 바울은 마케도니아와 아가야의 성도들이 예루살렘 성도들에게 복음의 빚, 즉 영적인 빚을 지고 있다고 느껴, 가난한 성도들을 위해 기꺼이 연보를 모았습니다. 이 연보는 예루살렘 교회에 잘 보이기 위한 공물이 아니었습니다. 거래나 타협의 수단도 아니었습니다. 은혜의 원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실천한 선행이었습니다. 믿음이 성숙한 사람들은 언제나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갑니다.
셋째는 순종입니다. 기도로 준비하고 나눔을 실천한 바울은 그리스도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자신의 자유와 재정적 여유를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야고보 목사는 소문을 잠재우고 바울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바울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바울은 기꺼이 시간을 들여 함께 정결 예식을 행하고, 자신의 비용을 들여 율법을 준수하는 순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믿음의 깊이를 가진 사람답게 기꺼이 내어줍니다.
우리도 때로는 오해와 헛소문에 휘말리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나의 선의가 곡해되어 악의적으로 확산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해 때문에 멈춰서지 않습니다. 더 깊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고, 더 많은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더 큰 순종으로 살아갑니다. 이는 은혜를 입은 성숙한 신앙인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선한 뜻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길 소망하시는 여러분의 신앙 여정에도 사도 바울처럼 기도와 나눔의 실천과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체험하시고 더욱 나아가 그 사랑을 전하는 삶이 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