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으로 자주 하는 생각은 생()의 여정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초목이 자라난다라는 뜻입니다. 땅 위로 솟아난 싹을 형상화하였는데, 싹이 자라나기 위해선 반드시 땅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갖기도 하고, 반드시 땅을 뚫고 나와 살아가야만 하는 치열함을 전제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아직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을 수 있는 제가 생()을 논하는 게 참 부끄럽습니다. 다만 허락하신다면, 우리 교회에 계신 인생의 선배들께 감히 여쭙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을 살아 오셨고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가요? 순리대로 계획한 대로 생이 살아지시던가요? 내가 원하던 대로 내 생이 펼쳐지던가요?

한숨 푹푹 쉬며 겨우겨우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저와 제 친구들은 어느덧 띄엄띄엄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흰머리가 참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나의 즐거움 보다는 가정의 평안과 안정을 위해 밖에선 고개 숙이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안에서는 하루 하루 쌓이는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를 내려 놓고 억지 미소 짓는 것에 익숙해지는 제 청춘(靑春)의 친구들이 제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어느새 마음의 큰 구석을 차지하게 된 삶의 책임과 가장의 무게가 참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룰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의 즐거움과 꿈이 어느새 현실과 타협하며 어깨가 축 처져 저희는 피할 수 없는 곧 다가오게 될 불혹(不惑)을 바라봅니다.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많은 분 중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의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Boys be ambitious!”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영문을 칠판에 크게 적으시며 아이들이여 꿈을 가져라!”라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순(耳順)을 지나 은퇴를 준비하시던 담임 선생님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아직 때 묻지 않은 저희를 향한 외침이었는지, 아니면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60세의 삶 속에 마지막 한 올 담긴 자신의 포부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언제까지고 아이일 것만 같았던 제 자신이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웃기기도 슬프기도 합니다.  

새벽 시간마다 하나님께서 사도 바울과 초대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셨는지 묵상해 보고 있습니다. 다 지나간 역사입니다. 다 지나간 것 되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에 저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처절함을 상상해 보고 한 번 더 깊이 파고들어 보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너무나 사랑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려던 고향 사람 유대인들에게 억울하게 쫓기고 매 맞고 옥에 갇히게 됩니다. 심지어 그 유대인들은 헬라인들과 로마인들 선동하여 공개적으로 업신여김 당하고 고소당하고 이리 도망 저리 도망 다니게 됩니다. 더욱이, 자신이 수고하고 헌신하며 가까스로 세운 영적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제자들이 분열할 때 사도 바울의 심정이 어떠하였을까 상상만 해 볼 뿐입니다. 과연 은혜로웠을까요?

주님의 복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사도 바울의 삶을 묵상해 볼 때 저희는 너무나 쉽게 하나님께서 인도하셨구나 그 인도하심 따라 순종하였구나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아간 그 삶에 하나님께서 놀라운 능력을 더하셨구나라고 고백합니다.

기도하고 묵상하며 씨름해 보니 그 고백이 참됩니다. 여러분!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삶의 흔적 속에, 내가 연약하여 무너지고 실수하고, 남몰래 눈물 흘리며 지내온 사건 하나하나가 다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 함께하셨음을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능력을 더하여 주셨습니다. 숨쉬기 힘들고 벅차올라 터질지 모르는 감정 속에 살아간 그 순간들이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놀라운 은혜의 시간이었더란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 중에 짱구는못말려에서 짱구 아빠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계획은 무슨!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란 거야.” 계획대로 마음대로 안 되는 생 너무나 답답하지만 그 생이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가는 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마침내 땅을 뚫고 솟아난 새싹처럼 여러분의 생()을 되돌아보실 때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해 보시겠습니까? 은혜가 풍성한 삶을 살아오셨기를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