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아들을 왕자라고 합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왕 아래에 지역을 다스리던 제후들을 ‘공’이라고 불렀습니다. 제나라의 제환공, 연나라의 장공 이렇게 말입니다. 왕은 당시 이름뿐인 왕이었고 제후들이 각 나라를 이루어서 통치를 했습니다. 이 공의 아들을 공자라고 부릅니다. 이 공자들이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면 ’군’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아직 제후는 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제후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사군자라 해서 아주 유명한 네 명의 군자가 있었습니다. 사공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나라의 평원군,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 그리고 제나라의 맹상군이 그 사람들입니다. 그 중 맹산군이 가장 유명합니다. 천하를 호령하던 진나라 왕이 그를 만나고 싶어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그를 경계하고 붙잡아 두어서 나중에 경쟁상대가 되는 것을 미리 막아보려고도 했습니다.

맹상군은 제나라 왕족의 후예이지만 노비의 몸에서 태어난 서자로 태어날 때부터 존재감이 없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탁월한 사람관리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군자의 반열에 올랐던 것입니다. 그는 천하의 문인과 협객들을 자기 집에 초청했으며 보통 1,000명 이상의 식객이 그의 집에서 매일 기거할 정도였습니다. 식객들이 그의 집 문을 두드릴 때마다 하인들에게 맡기지 않고 그가 직접 뛰어나가 그들을 정중히 맞이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대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병풍 뒤에 숨어있는 참모가 그 대화 내용을 일일이 기록해두었습니다. 그 식객이 고향에 다녀와야 할 일이 생기면 이미 기록해둔 인적사항을 활용해서 그가 고향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족들에게 선물을 전해 주었습니다. 식객이 가족들이 기뻐하며 맹상군을 칭찬하면 그 사람은 맹상군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맹상군이 항상 잘 나갔던 것만은 아닙니다. 그에게도 정치적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모든 권세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3천 명이 넘던 식객들이 모두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그는 다시 권세를 잡습니다. 그러자 떠나갔던 식객들이 다시 몰려들었습니다. 맹상군은 사람들에게 너무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늘 자기 곁을 지킨 풍환에게 이런 서운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저들을 정성스럽게 대했건만 힘을 잃자 본체만체하고 떠나 버렸습니다. 오직 선생만이 왕을 설득하여 내 지위를 회복시켜 주었지요. 저들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자 풍환이 맹상군에게 이렇게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혹시 ’당연히 그러한 법칙’을 아십니까?” 군께서는 아침에 시장통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았겠지요.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시장을 향해 벌 떼처럼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파한 다음에는 어디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것이 ‘당연히 그러한 법칙’입니다. 사람들이 시장으로 몰려가는 것은 거기에 기대할 만한 것이 있기 때문이고, 저녁때 시장을 쳐다보지 않는 것은 거기에 기대할 만한 것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군께서 권세를 가졌을 때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권세를 잃자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것은 사람의 당연한 법칙으로 지혜로운 자는 그런 일에 힘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군께서는 쓸데없이 이 당연한 법칙과 다투고 있습니다. 부디 이 점을 잘 헤아려 사람들을 웃으며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이 병자를 일으키고, 귀신을 쫓아내고, 기적을 행하자 수많은 군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뜸해지고 십자가에 죽는 말씀을 하시자 사람들을 주님 곁을 떠나갔습니다. 주님은 떠나간 그들을 아쉬워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이 떠난 것을 걱정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이르시되 너희도 가려느냐” 그때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요6:68). 사람들은 언제나 오고 갑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도 언젠가는 떠납니다. 그것을 아쉬워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한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당연한 법칙을 넘어서는 것은 영생의 말씀밖에 없습니다. 그 말씀을 붙잡는 사람은 세상의 어떤 풍파나 실망을 주는 사람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