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하버드 대학에서 보건소를 관장하던 알리 보크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의학 연구는 너무 아픈 사람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질병과 증상 위주로 연구가 치중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가와 같은 연구는 너무 없다” 결국 그는 고민만 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의 연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백화점의 거부 W. T. 그랜트가 후원자로 나섰습니다. 당시에는 아주 큰 액수이던 2천만 불을 연구비로 희사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연구의 이름이 ‘그랜트 연구’가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위해 보크 박사는 하버드 대학생들 중 탁월한 수재 청년들을 골라냈습니다. 당시 2학년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장의 추천 하에 성적이 우수하고, 신체가 건강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미래의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 268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의 삶과 건강을 무려 75년간 지속적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보크 박사의 연구는 또 다른 하버드 의대 교수인 조지 베일런트가 이어받아서 1966년부터 42년간 계속해 나갔습니다. 참 방대한 연구입니다. 한 사람의 삶과 건강을 무려 75년간 추척한다는 것은 어떤 연구 사례에도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을 당시 ‘그랜트 연구’의 절반 이상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모두 90이 넘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도전과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쳐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이 연구를 밝혀주었습니다. 건강과 만족한 삶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특권보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사랑받고 자란 아이보다 70세에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8배나 높았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따뜻한 관계를 갖지 못한 사람일수록 노년기에 치매에 걸린 비율이 높았고,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일수록 결혼 생활이 불행했습니다. 아동기에 경험한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려졌습니다. 자라면서 부모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행복한 기억이 많을수록 성장한 이후에도 건강과 만족한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유복한 환경과 명석한 머리가 성공적 삶을 이끌어가는 절대적 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이 연구는 밝혀내고 있습니다. 연구의 대상자중 대통령도 한 명 나왔고, 장관도 나왔으며, 연방 상원 의원이 된 사람, 베스트셀러 작가, 유명한 언론인도 물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언제나 탄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삶이 곤두박질 치기도 하고 마약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채 삶을 일찍 마감한 사람들도 여럿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90이 지난 그는 여전히 건강하고 만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을 다시 산다 한들 아무 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늘 평안하고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3살에 어머니가 가출을 했습니다. 2년 후 부모가 재결합을 했지만 늘 싸움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이혼을 했습니다. 대학생때는 교통사고로 심한 후유증을 앓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아내는 암으로 오랫동안 투병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요? 1967년 이후 이 연구를 주도해온 베일런트 박사는 성숙한 적응능력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비결로 꼽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어려움이 얼마나 많은가 보다는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건강과 만족한 삶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에서 단 하나 중요한 것을 꼽자면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가족들,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은 항상 존재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가족들,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입니다. 베일런트 박사가 엘리트들을 75년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은 “행복의 열쇠는 관계”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가족들과 이웃들과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더 많이 만들고 추억으로 남기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