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의 한국 방문에서 뜻하지 않았던 한 분과의 만남이 지금까지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남은 인생의 좋은 동반자가 되는 기대를 안고 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믿음의 교제를 나누었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도 목사 가정이고 그 친구도 목사 가정의 아들이었습니다. 더구나 대학을 졸업하고는 신학교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신학교가 서로 달랐습니다. 신학교가 같고 섬기는 교단이 같으면 서로 아는 사람이 중첩되면서 교제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단이 다르면 만나는 주변 사람까지도 모두 달라집니다. 이 친구와 제가 그랬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35년째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가끔 생각이 나기는 했지만 저는 미국으로 일찍 유학을 왔기에 그 친구를 잊고 살았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면 늘 만나는 다른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설교했던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 교회에서 첫 주 설교를 했습니다. 예배 후에 대화를 나누다가 혹시 홍세광목사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나이도 같고 그 친구와는 같은 교단이기 때문입니다. 잘 모른다고 하더니 한 번 그 교단 목사들의 명단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학 친구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경기도 구리의 신도시에서 목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주일에 자기 교회에서 설교해달라고 저를 초청했습니다. 제가 원주에 있다고 하니까 토요일 자기 교회 근처 호텔에서 자고 주일 예배를 인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주 토요일에 교회 근처 식당에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무려 35년 만에 만나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그 친구는 밤새 그 오래전 대학 시절에 저와 찍은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주일 1부 예배를 드리는데 갑자기 저와 찍은 사진을 화면에 띄우더니 교인들에게 제 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그 사진이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유학을 오면서 남겨 놓은 짐 속에 그 전 사진들이 다 들어있었습니다. 3년만 유학을 하고는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것이 30년이 된 것입니다. 어머님이 소천하시고 아버님이 모든 짐을 정리하시면서 제 물건까지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찾아서 보여준 사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제 스마트폰에 간직을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10월에 LA에 올 일정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한 달간 안식월을 받았기 때문에 여유가 좀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LA에 온 김에 덴버도 들리라고 권유했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덴버 일정을 잡았고 또 다른 친구와 함께 10여 일 전에 덴버에 오게 되었습니다. 주중에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우리 교회 주일 설교를 부탁하지는 못했습니다. 교회 수양관에 올라갔습니다. 그러고는 같이 23일간 록키산도 보고 온천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온 분은 LA에 있는 미주 장로회 신학교 총장 사역을 하는 분입니다. 그분과도 현재 교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목회자나, 교수 등 대부분의 만남은 식사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누는 정도입니다. 깊은 대화를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 세 사람의 만남은 한국 교회, 이민 교회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였습니다. 앞으로의 교회 사역과 신학교 사역에 대해서도 많은 비전을 공유하는 아주 복된 만남이었습니다.

인생은 만남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만남을 통해 신비로운 일들이 생겨납니다. 좋은 만남은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만남 속에 풍성한 사랑이 있고 마음의 나눔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남은 우리의 눈을 열어줍니다.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합니다. 확신이 없던 생각과 계획에 열정을 불어넣어줍니다. 만남은 서로를 보게 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까지도 정확하게 들여다 보게 합니다. 저는 이번 세 사람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앞으로 저희들이 만남은 계속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는 만남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사역에도 이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장이 열릴 것 같은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좋은 만남은 축복 중에 축복입니다.